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

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

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草木(초목)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
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

누가 와야 한다


Posted by 으니가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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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Posted by 으니가저아
:

0916 노년의 소년에게

시필사 2020. 9. 16. 21:50 |

푸른 하늘을 닮아 잡을 수 없지만
그 곳 그대로의 하늘로
깊은 바다를 닮아 알 수는 없지만
함께 흘러주는 바다로

보드라운 여린가지 동전 몇푼 꼭쥐고
바람과 비 맞으며
나이테 훈장삼아 숲으로 달려온 사람

은빛머리 석양 비쳐지니
저 만치 물러져 있는
내것 아닌 것들이 아쉽다하네

'잘했수다'
'고맙수다'
전할 수 있는것은
진심 가득한 미소와
꼭 잡은 두 손 뿐이어도

소년의 날들로
아름답고 밝은 세상이였음을
잊지않겠습니다.


Posted by 으니가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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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용기의 차이 / 데이비드 그리피스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을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Posted by 으니가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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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혼자서 by 나태주

시필사 2020. 9. 16. 21:47 |

혼자서 by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Posted by 으니가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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